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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야기

고래이야기 1

by SmartSympathy 2022. 7. 11.

고래이야기 1

  약 3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는 목숨을 건 유랑을 하면서 생활영역을 넓혀갔다. 한반도에 정착한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나무배를 타고 바다까지 나아가 수렵을 했다. 경남 창녕 비봉리에서 발견된 나무배와 유적은 8천년 전 신석기 시대에 한반도 일대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맹수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선사시대, 그들은 놀랍게도 바다 멀리까지 나아가 고래사냥을 했다. 철기나 청동기 같은 금속기가 없던 당시에 날카로운 돌로 통나무를 파내어 배를 만들었다.

 

  거친 파도와 거칠게 날뛰는 대형 고래를 상대했던 그들의 공포와 바램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7000년 전부터 2000여년간에 걸치 기록들이 켜켜이 쌓인 암각화에서 한반도에 정착한 선조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던 인류가 어떻게 살아갔을지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 고래는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면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잡아야 할 대상이었다.

 

  고래가 생존을 위협받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석유가 1859년 미국 조지 비셀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추되고 사용되기 전에는 석탄과 함께 고래 기름이 많이 사용되었다. 고래기름은 기계를 돌릴 때 필요한 윤활유로서 적격이었다.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파이프라인을 증설할 필요도 없고 가스에 비해 냄새와 소리가 나지 않는 고래기름이 많이 사용되었다. 한때 700척이 넘는 미국의 포경선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고래를 사냥했고 고래 개체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고래는 인류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바다에 밀려드는 쓰레기 더미를 먹이로 착각해서 먹어치우다 죽거나 쓰레기에 몸이 걸려 죽어나가기도 한다. 고래의 죽음은 생태계의 파괴를 상징한다.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다 해수의 온도까지 올라가면 막대한 자연재해와 함께 공멸의 길로 갈 수 있음을 고래는 이야기한다. 고래가 다시 대양을 누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 인류의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조하는 최초의 전기추진 스마트선박이 고래와 함께 바다를 여행하는 배라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스마트선박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아닌 생태계의 복원이고 인류와 자연의 공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인류가 자연과 함께 하며 고래가 마음껏 바다를 누빌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 스마트선박을 통해 우리는 그런 미래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