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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DT @ 제품, 제조, 신사업)

스마트 선박 설계의 어려움

by SmartSympathy 2022. 9. 19.

스마트 선박 설계의 어려움

  이번 스마트선박을 설계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중대형 상선에 적용한 실적이 거의 없는 추진 시스템이 사용되었고, 스마트 솔루션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설계 절차도 기존과 달라야 했다. 선박을 건조한 경험이 없는 선주사가 설계와 건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발한 요구를 하는 것에도 대응해야 했다. 어려웠던 점 몇가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첫째, 본 선박에 적용된 전기추진 시스템은 기존 사례와 많이 달랐다. 배터리와 함께 이중연료 엔진이 동력원이 된다. 배터리를 선박의 주/보조 전원으로 사용한 전기추진선박은 2010년대 초부터 건조되어 왔다. 주로 환경을 중요시하는 북유럽이나 캐나다에서 짧은 거리를 운항하는 선박이 많다. 배터리만을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면 시스템이 단순하고 설계나 건조도 상대적으로 쉽다. 배터리와 함께 LNG 이중 연료 엔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추진 시스템은 기술적 격차가 커서 외국에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국내외 유사한 사례가 없다보니 배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어려웠다. 규정 등의 이유로 배터리룸 같은 기본적 배치도 여러차례 변경되었다. 전기시스템이 직류 기반이라는 점도 본 선박 설계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직류 시스템은 변동성이 큰 운영 구간에서 효율이 좋고 조정성이 좋아 해양선박에 적용된 사례는 있지만 상선에 적용된 경우는 많지 않다. 비용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안정적 제어가 어렵다. 경험이 있는 ABB Siemes와 같은 외국 메이커 대신 실적이 없는 국내 업체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당사에 공급했다. 전기 시스템의 2차 벤더도 처음 거래하는 곳이라 선박 설계 단계에 엔지니어링 지원 받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둘째, 스마트 솔루션이 적용되는 선박은 기존보다 상세, 생산설계 단계가 복잡하고 생산 및 검사 단계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센서를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솔루션의 성능이 달라지기도 한다. 센서의 갯수도 많아져서 전계장 설계가 복잡해진다. 시스템과 솔루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오류 있는 설계를 하게된다. 전계장 설계가 복잡하니 시공도어렵다. 안벽이나 해상에서 시운전 하면서 오작을걸러내야 한다. 스마트 솔루션은 대개 임베디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데 특성 상 튜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마트 솔루션의 성능에 문제가 생길 때 원인을 찾는 것도 어렵다. 메이커와의 협업체계가 중요하다. 설계를 검증하고, 정확하게 시공하고 검증할 수 있는 스마트 제조 기술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셋째, 선주사의 요구사항이 도전적인 경우가 많아 대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선주 측은 선박에 적용된 핵심기자재, 스마트 솔루션이 향후 전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을 리딩하기를 원했다. 수주 계약이 체결된 뒤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달함에 따라 계약 사양보다 고도화된 수준에 도달할 필요도 있었다. 선실 디자인을 결정한 뒤 발주하는 보통의 여객선 선주사와 달리 설계가 한참 진행되고서 디자인을 확정했다. 승객 입장에서 편의성을 높이고 실증 선박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조선소, 메이커와 꽤 오래 협의가 진행되었다. 리드타임 단축과 설계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있는 조직만이 감당할 수 있었다.

앞으로 스마트 선박 발주가 점차 늘어나고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질 수있다. 조선소는 설계 측면에서 위에서 언급한 것 외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조선소가 수주하는 선박의 화물이나 승객 특성에 맞는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이 중요하다. 현재까지의 스마트 솔루션 개발은 선박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자율 운항하는 범용적 기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물 하역이나 운송 관련한 자동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선박의 통합제어 관점에서는 연결성이 부족하다. 선종이나 화물에 따라 특성에 맞는 통합적 스마트 솔루션이 개발된다면 선주 측에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해당 장비 업체를 리딩하며 중장기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선박의 아키텍처 패러다임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선박은 엔진, 발전기, 제어 장비, 항통 장비와 솔루션이 서로 다른 메이커에서 공급되므로 분산형 아키텍처 형태에 가깝다. 자율주행의 성능을 높이고 항만에서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합형 아키텍처로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 선박 시장을 조선소가 주도하느냐 장비 업체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아키텍처 형태와 표준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아키텍처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개념 설계를 하며 장비를 배치하고 계통도를 그려낼 수 있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출처: 울산제일일보, '울산시, 스마트 전기추진선 건조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