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장면들>(손석희, 2021, 창비)를 읽으며 1

by SmartSympathy 2022. 9. 14.

  레거시에서 디지털로 가는 흐름을 이야기 하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 손석희의 경험을 얘기하는데 어떤 장면일지 그려진다. 

  1998년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대학원 봄학기에 저자는 '미국 방송 역사' 강의를 듣는다. 70대의 노교수 어빙 팽은 자신이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뉴욕 박람회에 갔던 얘기를 꺼낸다. 1939년 4월에 열린 그 박람회는 미국 최초로 텔레비전을 일반에게 공개한 행사였다. 두시간 남짓의 중계가 전부였지만 훗날 역사적인 날로 평가된다. 노교수는 텔레비전을 대한 첫인상을 얘기하며 다음의 말을 남긴다. 

  "나는 요즘 텔레비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걸 보고 있다. 그러니까 텔레비전은 나라는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태어나고 스러져가는 거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에 대중화 시킨 텔레비전 방송은 사회변혁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만들었다. 아직 영향력이 대단하던 1998년에 텔레비전 시대의 종말을 감히 예언했다. 손석희씨는 대학원을 마치기 전에 대학교 중앙의 핵심 구역인 철학과 건물이 미디어센터로 바뀌고 PC로 가득찬 것을 목격한다. 당시 미국의 대학사회에서는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변화였다.   

   2013년에 JTBC로 옮긴 손석희씨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중 라이브로 '다음(Daum)'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서비스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가 있다. 기획은 우발적으로 JTBC와 다음이 단독으로 시작했지만 많은 방송사들이 달려들었고 4개월 뒤 서비스가 시작될 때는 여러 방송사들이 비슷한 포맷으로 시작했다. 

 기술의 변화는 우연과 필연이 겹치며 시대를 바꾸어 나간다. 이 책의 3장 '레거시에서 디지털로'는 손석희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우연'이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