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힘, <공감은 지능이다> 서평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힘
2007년을 기점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이 도시 외에 사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2050년 즈음에는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인일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디지털 환경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적 친밀함, 친절, 공감대와 같은 사회적 자산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0 년동안 심리학자들이 공감 수준을 측정해 온 결과를 보면 사람들의 공감 능력은 갈 수록 떨어지고 있고 21세기에는 더 심하게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우려를 표한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문명이 붕괴하고, 지구가 살릴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전 지구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공감은 지능이다>(2021, 심심)는 인류가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머나먼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한다. 이 책의 저자인 자밀 자키는 신경과학으로 학사를 마치고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고 스탠퍼드 사회신경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이용하여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연구한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공감, 친절에 대한 심리학 칼럼을 쓰며 과학의 홍보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공감이 친절의 바탕이 되며 연습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개인의 공감 수준은 환경과 상황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공감 정도가 변할 수 있다는 내재적 믿음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공감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을 사례로 들고 공감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얘기한다. 조직 간 뿌리깊은 증오가 남아 있어도 공감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공감이 당사자와 조직의 건강한 운영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이나 디지털이 공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대목은 독자들이 공감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범죄자를 위한 독서 모임 사례를 보자. 매사추세츠의 한 영문학 교수가 지방법원 판사가 의기투합해서 전과자들에게 독서모임을 해서 재범률을 줄이자는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8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수업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독서 모임이 지속되면서 참여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상세하게 들려준다. 4기까지의 수업 기록물과 재범률, 대조군에 속한 대상자들과의 통계 비교가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증거로서 쓰였다는 대목에서 문학이나 예술의 힘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한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공감 반대편에 있는 혐오에 대해 얘기하면서 네오 나치주의자 사례를 드는데 뿌리 깊은 증오조차도 해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공감의 부정적 영역도 짚어내면서 공감의 상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도 어루만진다. 신생아의 죽음을 지켜보는 신생아치료실 간호사의 내적 고통과 공감피로에 대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가 증강현실을 통해 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한 자폐성 글래스 사례에서 독자들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공감을 확장할 실용적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도 이 책의 굉장한 매력이다. 공감이라는 심리적 줄다리기에 작용하는 힘을 진단하고, 긍정적 힘을 확대하고 부정적 힘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이론적 절차를 우선 제시한다. 그리고 사소하고 미묘한 변화로 사람들의 행동에서 큰 변화를 유도하는 기법인 넛지 사례를 소개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공감을 회피하기 쉬운 상황에서 공감을 선택하도록 돕는 방법이나 유동주의적 마인드셋으로 바꾸는 방안을 찾도록 도와준다.
코로나라는 재난은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멀어지게 했다. 코로나 시기에 급속히 성장한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힐링보다는 세대 갈등과 혐오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라는 상황을 각자도생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한가. 우리 사회가 공감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래서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강조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이다와 같다. 한 번에 시원하게 들이켜보자. 그리고 선택하자. 당신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